왠지 더디 가는 시간의 느낌이 짙은 날이라 어디라도 좀 나가야 했다. 둥이 언니랑 강정보 드라이브 다녀오니 서너 시간이 뭉퉁이로 가긴 했지만 이런 날도 있나 싶게 하루가 길더라. 노을을 보고 싶었는데 날도 흐리고 시간도 일렀다.
고객 편의를 생각한 이런 서비스도 좋고,~사라이브 스루 네이밍도 맘에 든다.
제주 친구가 보내온 붉은 용과. 처음으로 남편이 이런 거에 욕심을 내고 찜을 한다. 자기는 원래부터 용과를 좋아했다나 어쩐다나. 우리는 그닥 즐기지 않는 편인데. ㅋㅋㅋㅋ 생간을 먹는 것처럼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붉은 용과는 오랜만에 남편이 독차지하고 다 먹는 중.
해마다 매자나무 분재에 단풍이 가장 먼저 들긴 했다. 올해는 일러도 너무 이른 것 같긴 하다. 남편은 물을 안 줘서 글타는데 물든 잎은 예고편의 가을을 보는 것 같다.
둘녕이의 비밀을 다 받아주던 산사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눈도 잠시 쉴 겸, 소공원에 사진 찍으러 다녀왔다. 둘녕이와 외할머니는 산사나무를 "아가위나무"라고 부르더라. 산사나무 꽃이 필 때 보고 그 열매를 올해 내가 봤었던가를 생각하며 공원에 갔더니 열매는 벌써 이만큼이나 자라있더라. 죽은 수안의 옆에서 빈 병이 여러 개 나왔을 때 둘녕이가 안고 가야 할 고통의 무게를 생각하니 아가위나무 사진으로라도 위로를 건네고 싶은 맘이 문득 생기더라. 둘녕이도 죄가 없고 아가위나무는 말할 것도 없고.
유년 시절의 기억이 너무도 많이 겹쳐서 까무러칠 정도로 놀랐는데 1969년 생 이도우 작가님은 겨우 나와 한 살 차이네. 계몽사 세계 소년소녀 전집 나도 정말 많이 읽었는데 어쩜 이리 사는 모습도 결도 다른지. 글의 구성은 미쳤더라. 글자가 작은데 쪽수도 많은 편이라 돋보기 쓰고 읽다가 정말 눈이 빠지는 줄 알았지만, 멈출 수 없는 책이었다. "잠옷을 입으렴"이라는 제목은 둘녕이의 죽은 이종사촌 수안에게 하는 말이었다. 사돈인 산호가 수안이 죽은 곳으로 가 둘녕이 손수 만든 그 잠옷을 불태웠을 때 비로소 수안이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고갤 끄덕이면서도 내 불면의 밤을 잠시 걱정하게 되었다.
매장 내부는 아주 모던했다.~ 조리공간이 중앙에 배치되어 있어서 참 좋았다.
마룻바닥에 발을 갖다 대도 시리지 않다는 건, 최소한 한 달 정도는 휘휘 저어도 되는 나만의 세상이 왔다는 신호가 아닐까 한다 했더니 둥이 언니가 카페에 가보자 한다. 여름을 건너뛰고 입추 지나서야 가본 동네 카페. 이걸 사주고 둥이 언닌 구룡포로 갔다. 서울, 대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단짝 친구들이 늦은 휴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 스케줄에 맞춰 휴가를 결정, 1박2일 포항 쪽으로 친구들과 놀러 간 둥이 언니. 아들과 나는 떠날 수 있을 때 바로 집을 나서는 둥이 언니의 용기(?)와 시간과 머니를 부러워했다는 썰.
진짜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샌드위치
이런 이벤트 참 좋네.!
밤에 걸으니 딴짓을 덜하고 걷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낮엔 풍경을 보느라 확실히 산만한 거 인정. 이틀 정도는 새벽이나 밤에 공원을 걷고 사나흘 정도는 러닝머신 위에서 걷는 요즘이다. 열 걸음 떼기가 너무도 힘들었던 장마철을 생각하며 걷고 있다.플레이 리스트 곡이 한 바퀴 돌고 마지막 3분 정도엔 달리기를 하는데 '영지의 낮 밤'을 들으며 뛴다. 노래 한 곡은 생각보다 엄청 길 ~다.
동네에서 요즘 핫한 사운즈커피 월성을 아침부터 방문해 봤다 .^^
다음 주는 문화센터 드럼 수업에도 가야지 싶어 연습실에 들렀다. "거울도 안 보는 여자"가 다음 진도인데 맙소사 ~ 최대의 난코스를 만난 것 같다. 악보를 보니 하이햇 여닫는 게 절반이라 그것만 연습하다 왔다. 괜히 트롯 트집만 잡고 돌아온 후 마루를 여러 번 닦았다. 마루를 닦고 맨발로 걷거나 드러누우면 어느 정도 스트레스나 우울이 해소된다.
아이들과 아침 일찍 "오펜하이머"를 보러 갔다. 3시간쯤 되는 러닝타임이라 과학 상식 없이 봐도 지루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하며 갔는데, 양자역학 그딴 거 몰라도 되는 영화여서 잼나게 봤다. 멋있게 늙은 맷 데이먼과 이 영화를 위해 태어난 것 같은 "킬리언 머피"의 연기력도 좋았고 긴장감을 보태고 부추기는 음악도. 영화 초반부에 T.S 엘리엇의 시집이 스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제1차 세계대전으로 황폐해진 사회와 사람들을 그린 '황무지'때문이기도 하고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쓰기 시작해 전쟁이 끝난 뒤 발표한 '네 개의 사중주'라는 시 때문에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이야기하는 데 쓰였을 거라는 짐작을 한다 했더니, 아이들은 각자 전공에 따라 영화의 부분부분 해석을 특별하게도 하더라는. 고등학교 때 아들이 자주 가던 국숫집에 앉아 젊은이들의 대화 속으로 한없이 이끌려 가는 이 느낌이 너무도 좋구나.... 하고 왔다. 극장 안에는 물론 에어컨을 켰지만 상쾌할 만큼이라 견딜만했다. 그러니까 나는 실내온도 30도 정도라도 입추를 지나기만 하면 견딜 수 있는 몸이었다. 퇴근 후 소공원으로 친구가 왔다. 오는 동안 매운 감자조림을 해서 줬다. 생각해 보면 직장 생활할 때 누군가 바로 먹을 수 있는 완제품으로 된 반찬 하나를 만들어주는 일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내가 요리를 잘한다고 믿는 건 친구의 자유!이번 주는 매운 감자조림 서너 번, 아들이 좋아하는 오징어덮밥 두 번, 둥이 언니가 좋아하는 배춧국, 남편이 좋아하는 북엇국, 비빔밥 두어 번, 돈가스 덮밥 정도를 했다. 한 번에 먹어치우는 요리라 돌밥 수준의 끼니를 하긴 해야 하지만 그릇이 싹 비워진다는 건 맛이 괜찮거나, 그거 아니면 먹을 게 없거나. ㅎ
드루와 청미 출판사!사고 보니 읽은 책이었다. 이 집으로 막 이사 왔을 때 남편이 사준 거였더라는. 읽고선 다른 집사한테 선물해 줬던 거 같기도. 그렇담 남편이 청미 출판사를 먼저 알았다는 말? 그때는 청년 고양이를 키우느라 둥이가 노령묘가 될 그런 일은 아주 막연하고도 먼 일 같아 보였는데 어느새 8세가 된 둥이. 오늘은 림프절 그런 데를 찾아 만져보며 부어있는지 확인도 하고 어루만져 주었다. 노령묘를 키우는데 백과사전이 될 것 같다. 매일매일 열댓 번 더 털을 빗는 관계로 빗질로 인한 마사지만으로도 림프절이 부을 이유는 없다에 한 표. 할머니 고양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 책을 옆에 끼고 어쨌거나 노화의 행동들을 잘 관찰하는 걸로.
드립 하는 것도 지켜보고,~
치즈 치아바타, 하몽, 살구 잼, 마스카포네 치즈, 아메리칸 스위트 치즈, 토마토, 로메인, 루콜라, 양파
식구들이 다 나가고 없는 광복절. 혼자 국기 달고 혼자 내린 날. 안 녕 님의 블로그에서 어제 8월 14일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찾아본 "아이 캔 스피크"는 실화 바탕 영화였다.옥분(나문희)의 친구 손숙 님이 치매에 걸려 미국으로 연설하러 갈 수 없었을 때 막연하게나마 그녀를 대신할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걸 알았기에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는 대사는 너무 슬펐다. 결정적인 순간에 치매에 걸린 것도 슬프고 막상 미국에 도착했지만 본인이 위안부였었다는 사실을 문서상으로 증명해야만 했던 옥분의 상황도 슬프고.
특히 하몽과 살구 잼이 들어가 더 맛있었다! 각종 치즈와 재료의 조합이 환상!이거 먹으러 또 오고 싶을 정도로 딱 좋았다! 양도 넉넉해서 더 만족 ^^
동물보다는 식물이 절기를 더 잘 안다던데 동물도 만만찮은가 봄. 입추 지나 풀벌레가 울자마자 둥이도 거실 캣타워로 옮겨와 자고 새벽녘에 베란다로 다시 출근. 며칠째 그 루틴이 이어지는 걸 보니 폭염 속에도 가을은 가을인가 봄.
요즘 사운즈커피 월성에서 최고 핫하다는아이스크림 라테를 시키고,딱 맛있어 보이는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어쩌자고 이렇게나 덕지덕지 붙여서는 책꽂이에 꽂을 수도 없다. 티비 옆에 쭈욱 쌓아 올려놓고 또 지저분해서 스트레스 받고 있는 중. 주간 나무 63. 끝.
한가한 주말 오후 지기님과 함께 걸어서. ~5월은 장미의 계절.꽃이 만발한 거리, ~ 가는길이 즐겁다.~
앙증맞게 생긴 녀석.... 고깔모자를 쓰고 나왔네....맛있다.!~ 여러분이 생각하신 그 맛 맞다.! 아는 맛 중에 맛있는 맛.! 여름에 진짜 딱임.!
발톱 깎다가 옆에 살도 깎아서 얼추 3일 고생하고 드뎌 괜찮은 거 같아서 다시 걸은 날. 그 거스러미 같은 살이 어찌나 신경 쓰이게 괴롭히고 아픈지 말이다. 나는 만세운동, 독립운동 못 하는 족속이었을 것이다에 한 표. 선풍기 치고는 꽤 가격이 높았던 다이슨 선풍기는 2단으로만 올려도 귀에 거슬릴 정도로 소음이 심해 천덕꾸러기였다. 그런데 러닝머신 옆에다 뒀더니 아주 유용하다. 비로소 제 자리를 찾은 느낌이고 어쩌다 내가 이렇게나 기특한 생각을 했나 싶을 정도다. 어깨 높이로 키를 키우고 걷기 시작하면 적당한 바람에 갑자기 걷기 적당한 온도를 사랑하게 되어 열심히 걷게 된다. 당근마켓에 팔까 고민하던 일이 해결되었다. 걸을라치면 선풍기 세팅을 하네 어쩌네 하던 일이 없어지고 러닝머신 옆에서 베란다 전용으로 일용할 쓰임을 감당하게 되니 물건이나 사람이나 제 자리 찾아가는 일은 얼마나 중요한지 말이다.
드디어 나온 아이스크림 라테.! 4900원!!??!
드립 커피가 주를 이루는 곳임에도,딱! 저 문구가 이곳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핫한 이유가 있었네.어떤 소비자가 저런 곳을 마다하랴.샌드위치 먹으러 또 와야지.!사운즈커피 월성에서 음식으로 힐링 받고 갑니다.!잘 먹고 갑니다. 오래오래 장사해 주세요! 사장님.!